
. 당시 만 2살이 조금 넘었던 찬이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았습니다. 엄마는 잠을 잘 수도, 밥을 넘길 수도 없었습니다. 어느 엄마가 금쪽같은 아들이 생사를 오가는데 잠이 오고 배가 고플까요. 생후 6개월이던 동생 헌이는 온종일 엄마 가슴팍에 매달려 지내고, 찬이는 항암 부작용에 시달리며 저희 부부는 생지옥을 살았습니다. 아픈 찬이는 찬이 대로 안쓰럽고, 동생 헌이는 또 무슨 죄인가 싶어서 짠하고... 가슴 먹먹한 나날만 보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대로 눈물만 흘리며 살 수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찬이가 잘못되면 어쩌나... 걱정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정말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정신을 차리고, 보통 아이들처럼 즐겁게 육아를 해..

. 같은 나이 또래를 쳐다보면서 난 저렇게 늙진 않았겠지, 하고 생각해 본 적 있다. 이빨 치료를 위해, 치과병원 응접실에 앉아 있으며 벽에 걸려있는 의사의 치과대학 졸업장 패를 보았더니, 50여년전 고등학교 시절 나와 같은 반이었던 똑 같은 이름의 키 크고 잘 생긴 친구가 생각나더라. 이 사람이 그 친구 아닌가 하고 긴가민가 했는데, 그 치과의사를 본 순간 그런 생각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대머리에다, 회색 머리에 주름살이 깊게 나 있는 이 사람이 내 동급생이기엔 너무 늙어 보였다. 그래도 혹시나, 그에게 물었다. "혹시 XY고등학교에 다니지 않았습니까?" 치과의사는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네! 다녔습니다. 그때 참 재미있었고, 우쭐대며 다녔지요." 내가 다시 물었다. "..

. 막노동으로 생활비와 검정고시 학원비를 벌던 시절. 밥값이 없어 저녁을 거의 굶을 때가 많았다. 어느 날 저녁 학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데, 주머니에 동전 400원 밖에 없었다. 매일 집으로 가는 길목에 포장마차에 들려 어묵 한 개 사 먹고, 국물만 열 번이나 더 떠먹었다. 그런 내가 안쓰러웠던지.. 아주머니가 어묵을 열 개나 더 주었다. "어차피 퉁퉁 불어서 팔지도 못하니까 그냥 먹어요." 허겁지겁 먹는데 눈물이 그렁그렁 해졌다. 그 후에도 퉁퉁 불어버린 어묵을 가끔 거저 얻어먹곤 했다. 그때 아주머니께 나중에 능력이 생기면 꼭 갚아 드린다고 말했다. 이후 군대를 제대하고 대학교도 졸업하고, 운 좋게도 대기업 인사과에 취직이 되었다. 아직 도그포장마차가 그곳에 있을까 싶어 찾..

. 어느 신부님이 강론 중에 청중을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옥에 가고 싶은 분 손들어 보세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천당에 가고 싶은 분 손들어 보세요.” 모두가 손을 들었습니다. “이곳에 계신 모든 분들은 천당이 좋으신가 봅니다. 그러면 지금바로 천당에 가고 싶은 분은 손들어 보세요.”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신부님은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결국천당보다 ‘지금'이 낫다는 말이네요. 그러니 ‘지금’ 행복하게 잘 삽시다.” ‘천당’보다 나은 곳이 바로 ‘지금’입니다. 아무리 천당이 좋다고 해도 지금과는 견줄 수가 없습니다.

. 조선 철종 때 경상도상주 땅에, 서 씨 성을 가진 농부가 살았는데, 사람들은 그를 그냥 '서선달'이라고 불렀다네요. 원래 선달이란 과거 시험에 급제는 했으나, 아직 벼슬을 받지 못한 사람을 이르는 말이지만, 이 사람은 무슨 급제와는 관련이 없었고, 그냥 사람이 심성이 착하고 무던해서 사람들이 그를 그렇게 불렀다고 합니다. 서선달은 남의 땅을 빌려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근근히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해 인가는 봄이 왔어도 그해 농사를 지을 비용이 없을 정도로 곤궁하였습니다. 생각다 못한 그는 부산 쌀가게에서 장부를 담당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큰 아들을 찾아갔습니다. 효자 아들은 주인께 통사정을 하여 6개월치 월급을 가불 받아 아버지께 드렸습니다. 서선달은 100리 ..

. 양천구 신월동 인근 재래시장에서 지나가던 손수레가 길가에 세워둔 외제 승용차 아우디 차량의 앞부분을 긁은 사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7살 정도로 보이는 어린 손자가 할머니 손수레를 끌고가다 도로 코너에 주차한 차량의 앞면을 긁고 지나갔습니다. 이것을 바라보던 할머니는 손주가 끄는 수레를 멈추게 하고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습니다. 할머니의 놀라고 걱정스런 표정을 바라보던 손주는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어쩌면 어린 손주가 수레 끄는 솜씨가 아직 서툴러서 실수로 그랬거니 생각하고 할머니도 모르는 척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손주에게 수레를 멈추게 하고 "차 주인에게 어떻게 해야 이 일을 알릴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때 차 주위를 지..

. 준이라는 꼬마 아이가 살았어요.. 준이는 매일매일 엄마에게 백화점에 가자고 졸랐답니다. 그렇지만.. 준이네 집은 백화점에 가서 사고 싶은 것을 살만한 가정형편이 되질 못했답니다. 그래서 준이의 엄마는 아빠가 월급을 타오는 날, 준이가 가고 싶어 하는 백화점에 가기로 약속을 해두었답니다. "아빠 월급날이 언젠데.." "음.. 한 열밤은 자야 된단다.." "우와.... 되게 오래 기다려야겠네.." 그렇지만..아빠가 월급을 받아오신다고 해도.. 준이네는 백화점에 갈 수가 없었어요.. 집 장만 하느라 빌린 돈도 갚아야하고.. 준이가 너무 좋아하는 유치원에도 돈을 내야 하고... 이 많은 것들은 아빠의 월급에 비하면 너무나도 큰 부담이었어요. 준이가 이렇게 백화점 가는 것에 목을 ..

. 뉴욕 택시기사들은 흥미 진진 하거나 신기한 일을 겪습니다. 노란색의 택시들은 "잠들지 않는 도시" 뉴욕곳곳을 누비며 승객을 이곳저곳으로 분주하게 실어 나르죠. 어느 날, 뉴욕 한 택시 기사가 특별한 부름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날 그에게 일어난 일은 평생 잊지 못할 감동으로 남았죠. 그는 이 소중한 경험을 전 세계와 나누기로 합니다. 여느 때와 같이 콜택시 요청을 받고 해당 주소로 차를 몰고 갔습니다. 도착해서 경적을 울렸지만, 아무도 나오지를 않았어요. 또 한 번 경적을 울렸지만, 여전히 아무런 기척이 없었죠. 이 손님이 그날 교대 전 마지막 콜이었기에 저는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얼른 포기하고 차를 돌릴까도 생각했죠. 하지만 저는 일단 기다려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 암 병동 간호사로 야간 근무할 때였다. 새벽 다섯 시쯤 갑자기 병실에서 호출 벨이 울렸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그런데 대답이 없었다. 환자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싶어 부리나케 병실로 달려갔다. 창가 쪽 침대에서 불빛이 새어 나왔다. 병동에서 가장 오래 입원 중인 환자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놀란 마음에 커튼을 열자 환자가 태연하게 사과를 내밀며 말했다. "간호사님, 나 이것 좀 깎아 주세요." 헐레벌떡 달려왔는데 겨우 사과를 깎아 달라니, 맥이 풀렸다. 옆에선 그의 아내가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이런 건 보호자에게 부탁해도 되잖아요." "그냥좀 깎아 줘요." 다른 환자들이 깰까 봐 실랑이를 벌일 수도 없어 사과를 깎았다. 그는 내가 사과 깎는..

. 대한항공 객실 승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서서영 씨 이야기입니다. 10여 년 전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객실 승무원들이 한 차례의 서비스를 마친 후 일부가 벙커(승무원들의 휴식처)로 휴식을 취하러 간 시간이었습니다. 서 씨가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객실을 한 바퀴 도는데 할머니 한 분이 계속 화장실을 들락날락 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었습니다. 뭔가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아 서 씨가 다가가 여쭤 보았습니다. “도와드릴까요? 할머니 어디 편찮으신 데 있어요?” 할머니는 잠시 아주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서 씨 귀에 대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가씨~ 내가 틀니를 잃어 버렸는데, 어느 화장실인지 생각이 나지 않아. 어떡하지?” 서 씨는 “제가 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