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화가이자 작가, 타샤 튜더(Tasha Tudor)는 버몬트 주의 산골 마을 농가에서 정원을 가꾸며 자급자족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밤새 동화책에 들어갈 삽화를 그리면서 모은 돈으로 56살이 되던 해에 버려진 농장 부지 30만 평을 사들인 게 그 시작이었습니다. 곧 60살이 되는 나이였지만 그녀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후 10년 넘게 직접 땀 흘려 정원을 가꾸었고, 마침내 그 정원을 사람들에게 공개했을 때는 그녀의 나이 70살이었습니다. 온종일 직접 가꿔 만든 타샤의 정원, 또는 비밀의 정원으로 불리는 그곳을 그녀는 전 세계인과 나눌 수 있었습니다. 92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정원을 가꾸고 그림을 그린 타샤 튜더는 노년의 삶에 대해..
. 한 남자가 부부 문제 때문에 상담실을 찾았습니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 자신을 성실하고 좋은 남편이라 생각했던지라 남자는 매우 당황했습니다. "선생님, 아내가 갑자기 이혼하자고 합니다. 우리 부부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 아내가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모르겠어요." 상담사가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혹시 부인에게 건강상의 문제는 없습니까?" 남자는 상담사의 말이 끝나기 전에 말했습니다. "영문을 모르겠어요. 좋은 직장 다니면서 돈도 잘 벌어다 주고, 집안일도 잘 해주는 편인데 도대체 왜 이럴까요?" "혹시 부인이 최근 우울해한다던가..." "내가 술주정을 하는 것도 아니고, 바람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외박 한 번 해본 적도 없는데 왜 갑자기 이혼 이야기를..
. '오늘은 내 남은 생애의 첫 날입니다.' 이 말을 나는 요즘도 자주 인용합니다. 아주 오래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갔을 때 선물의 집에서 조그만 크기의 책갈피 하나를 사게 되었는데, 그 안에 적혀 있는 바로 이 글귀가 마음에 들어서였 습니다. "Today is the first day of the rest of your life." (오늘은 그대의 남은 생애의 첫날입니다.) 그 순간 이 글이 내 마음에 어찌나 큰 울림을 주었는지 삶에 대한 희망과 용기, 위로를 주는 멋진 메시지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평소에 늘 "오늘이 마지막인 듯이 살게하소서 !" 하던 기도를 "오늘이 내 남은 생애의 첫 날임을 기억하며 살게하소서!" 라고 바꾸어서 하게 되 었습니다. '마지막'이..
. 그가 떠나간 후에 그의 생애를 비로소 발견하기 시작한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책 '그 청년 바보의사' 내용입니다. 어느 군의관이 유행성출혈열로 갑자기 세상을 떠나갑니다. 그러나 그의 삶의 스토리는 그의 장례식부터 비로소 시작됩니다. 그는 영락교회 청년부 출신이었는데 한경직 목사님의 장례식 이후로 가장 많은 조문객들이 찾아온 장례식이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놀라기 시작했습니다. ‘젊은 의사가 죽었는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을까?’ 찾아온 사람끼리도 서로를 모릅니다. 어떤 할아버지가 청년 의사의 영정사진 앞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이 청년의사가 근무하던 병원 앞에서 구두를 닦던 사람이었습니다. 이 청년은 구두 닦을 일이 없으면서도 괜히 와서 구두를 닦고 필..
. 위지안이라는 중국 여인은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에서 유학한 뒤 서른 살의 나이로 세계 100대 대학 중의 하나인 상하이 복단대학교의 교수가 되었는데 당시 최연소 교수가 되었다. 황량한 벌판을 에너지숲으로 만드는 프로젝트가 그녀에게 주어졌는데 이제 막 “엄마, 아빠”를 말하기 시작한 한살배기 아들과 자상한 남편이 있는 어느 모로 보나 완벽한 삶이었고, 매일 매일 행복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운명이 그녀를 지독히도 질투했는지 그녀의 몸 속에 아무도 모르게 독한 암세포를 심어놓았는지 그녀가 몸의 이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치료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시한부 인생이라는 판정이 내려졌고 온 몸에 전이된 췌장암 세포 때문에 체력은 급속히 약해졌다. 그리고 곧이어 뼈가 ..
애마지도(愛馬之道) . 자신이 키우는 말을 너무나 사랑하는 사육사가 있었다. 그는 말똥을 광주리에 직접 받아내고 말의 오줌을 큰 조개껍데기로 만든 귀한 그릇에 담아 처리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매일같이 말의 털을 빗겨주고 좋은 사료로 말의 배를 채워줬다. 어느 날 자신이 사랑하는 말의 등에 파리가 한 마리 앉아서 말을 괴롭히는 것을 보게됐다. 그는 손바닥으로 세게 쳐서 파리를 잡았다. 그런데 말은 사육사가 자신을 때린다고 생각하여 깜짝 놀라 뒷발로 사육사의 갈비뼈를 찼다. 결국 사육사는 비극을 맞이하게 됐다. 사육사가 사랑해서 한 행동이 말에게는 상처가 된 것이다. 장자는 이렇게 말했다. 意有所至(의유소지) 사육사가 말을 사랑하는 뜻(意)은 지극(至)하였다. 愛有所亡(애유소망) 그러나 사랑(愛)의..
[가을 시] 가을의 시 모음 (30편) 1) 가을 편지 1 / 이해인 詩 하늘 향한 그리움에 눈이 맑아지고 사람 향한 그리움에 마음이 깊어지는 계절 순하고도 단호한 바람의 말에 귀 기울이며 삶을 사랑하고 사람을 용서하며 산길을 걷다 보면 툭, 하고 떨어지는 조그만 도토리 하나 내 안에 조심스레 익어가는 참회의 기도를 닮았네 2) 가을 / 정호승 詩 돌아보지 마라 누구든 돌아보는 얼굴은 슬프다 돌아보지 마라 지리산 능선들이 손수건을 꺼내 운다 인생의 거지들이 지리산에 기대앉아 잠시 가을이 되고 있을 뿐 돌아보지 마라 아직 지리산이 된 사람은 없다 3) 가을에 / 오세영 詩 너와 나 가까이 있는 까닭에 우리는 봄이라 한다 서로 마주하며 바라보는 눈빛 꽃과 꽃이 그러하듯.... 너와나 함께 있는 까닭에 ..
1) 11월에 / 이해인 詩 나뭇잎이 지는 세월 고향은 가까이 있고 나의 모습 더없이 초라함을 깨달았네 푸른 계절 보내고 돌아와 묵도하는 생각의 나무여 영혼의 책갈피에 소중히 끼운 잎새 하나하나 연륜헤며 슬픔의 눈부심을 긍정하는 오후 햇빛에 실리어 오는 행복의 물방울 튕기며 어디론지 떠나고 싶다. 조용히 겨울을 넘겨보는 11월의 나무 위에 연처럼 걸려 있는 남은 이야기 하나 지금 아닌 머언 훗날 넓은 하늘가에 너울대는 나비가 될 수 있을까 별밭에 꽃받에 나뭇잎 지는 세월 나의 원은 너무 커서 차라리 갈대처럼 야위어 간다. 2) 중년의 가슴에 11월이 오면 / 이채 詩 청춘의 푸른 잎도 지고 나면 낙엽이라 애당초 만물엔 정함이 없다 해도 사람이 사람인 까닭에 나, 이렇게 늙어감이 쓸쓸하노라 어느 하루도 소..
중년의 가슴에 10월이 오면 . 내 인생에도 곧 10월이 오겠지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드높은 하늘처럼 황금빛 들녘처럼 나 그렇게 평화롭고 넉넉할 수 있을까 쌓은 덕이 있고 깨달은 뜻이 있다면 마땅히 어른 대접을 받겠으나 그렇지 아니하면 속절없이 나이만 먹은 한낱 늙은이에 불과하겠지 스스로를 충고하고 스스로를 가르치는 내가 나의 스승이 될 수 있다면 갈고 닦은 연륜의 지혜로 내가 나를 지배할 수 있다면 홀로 왔다 홀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모든 푸른 잎은 떠나가도 나무는 살아있듯 모든 젊음은 떠나가도 내 안에 더 깊은 나로 살아갈 수 있다면 내 인생에도 곧 10월이 오겠지 그때 나는 어떤 빛깔일까 빨간 단풍잎일까 노란 은행잎일까 이 가을처럼 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이채 시
10월 아침에 . 10월이 되었습니다. 10월을 기다렸던 사람도 있을 테고 지독한 외로움 때문에 나처럼 반갑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당당하게 10월의 맞이하고 10월의 주인이 되기로 했습니다. 매년 그러했듯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10월 지금부터 내 10월은 나를 위한 10월로 만들겠습니다. 모임에도 자주 나가고 낙엽 보이는 창가에 앉아 부드러운 커피도 마시면서 내 안에 찾아온 10월을 즐기면서 보내겠습니다. 생각 한 번 바꾸었는데 쓸쓸한 표정 짓던 10월이 꽃다발 같은 미소로 다가섭니다. "그래, 10월! 우리 한 번 잘해 보자" 꽃밭 같은 마음 내밀고 10월을 맞이합니다. 윤보영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