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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아내 아닌 여인과의 데이트

 

 

< 아내 아닌 여인과의 데이트 > 

.
얼마 전에 저는 아내가 아닌 다른 여인을  만나러 갔습니다.

 

아내의 권유 때문이었는데 제게 아내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그녀를  사랑하잖아요? 인생은 짧아요. 당신은 그녀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해요!"

아내의 그 말은 정말 뜻밖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근데 여보, 난 당신을 사랑해!"


그러나 제 말에 아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알아요. 그렇지만 당신은 그녀도 사랑하잖아요?"

 

제 아내가 만나라고 한 다른 여자는 실은 어머니입니다. 미망인이 되신 지 벌써 몇 년... 일과 애들을 핑계로 어머니를 자주 찾아뵙지 못했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영화도 함께 보고, 저녁 식사도 하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의아해 하시면서 다시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거냐? 혹시 나쁜 일은 아니겠지?"

알다시피 우리 어머니 세대들은 저녁 7시가  지나서 걸려오는 전화는 모두 나쁜 소식일  거라고 믿는 세대입니다.

“그냥 엄마하고 단 둘이 저녁도 먹고, 영화도 보고 싶어서요. 괜찮겠어요?”

 

잠시 후  어머니는 덤덤하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그러자꾸나."

다음 날 저녁, 일을 끝내고 차를 몰고 어머니 를 모시러 갔습니다.

 

금요일 밤이었고 저는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묘한 기분에 휩싸였습니다. 첫 데이트를 하기 전 갖게 되는 가슴 떨림이라고나 할까요?

도착해서 보니 어머니도 다소 들떠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벌써 집 앞에 나와 기다리고 계셨는데 근사한 옛 코트를 걸치셨고, 머리도 다듬으신 모양이었습니다.

코트 안에 입은 옷은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두 분의 마지막 결혼기념일에 입으셨던 옷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얼굴은 애인을 기다리는 소녀같이 환한 미소로 활짝 웃고 계셨습니다.

어머니가 차에 오르시며 "친구들에게 오늘 밤에 아들과 데이트 하러 간다고 했더니  모두들 자기들 일인 양 좋아하지 뭐냐."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간 식당은 최고로 멋진 곳은 아니었지만 종업원들은 기대 이상으로 친절했습니다.

 

어머니가 살며시 내 팔을 끼었는데 대통령영부인이라도 되신 것 같이 마냥 행복해하셨습니다.

 

자리에 앉자 어머 니께서는 "내 눈이 옛날 같지가 않구나..." 하시면서 메뉴를 읽어달라고 하셨습니다.

메뉴를 반 쯤 보다 눈을 들어보니 어머니가 향수에 젖은 미소를 지으시며 저를 빤히  쳐다보고 계셨습니다.

 

"네가 어렸을 때는  내가 너한테 메뉴를 읽어줬었는데..."

그 말을 듣고 제가 말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읽어 드릴게요... 엄마!"

그날 밤 우린 특별한 주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였지만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어머니와 끊임없이 옛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마침내 대화의 밑천이 바닥났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빙그시 웃으시며 말씀하셨습니다.

"다음에 또 오자꾸나. 단, 다음 번은 내가 낸다는 조건이야..."

어머니를 다시 댁에 모셔다 드렸는데 헤어지려니 발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를 안고 볼에 키스하며 제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씀드렸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아내에게 감사하다며 말했습니다. 

 

"정말 멋진 저녁이었어.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말해줘서 고마워요. 여보"

"어머니와 좋은 시간이었던가 보죠?" 아내가 말했습니다.


"정말이지 기대 이상 짱이었어."

그 일이 있고 며칠 후 사랑하는 어머니는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습니다. 

 

그것은 너무도 순식간이어서 모두가 어찌해 볼 도리가 없었습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에, 어머니와 제가  함께 식사했던 식당에서 편지가 왔습니다. 그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무래도 다음번 데이트 약속은 지킬 수 없을 것 같구나. 정말 그럴 것 같아... 그러니 이번엔 너와 네 처 둘이서 너와 내가 했던 것처럼 함께 저녁을 즐겼으면 한다. 너희 식사비용은 내가 미리 다 지불해 놓았다.

 

그리고 너와 내가 함께 했던 그날 밤의 시간들이 내겐 얼마나 행복했고 뜻깊은 일이었는지 네가 꼭 알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 코치해 준 네 아내이자 내 며느리인 그녀에게 고맙다고 꼭 전하거라. 사랑한다 아들아." 엄마가...

그 순간 저는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그 사람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하는 것과 그 사람을 위해 시간을 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또한 우리는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족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만약 당신의 어머니가 아직 살아계시다면 어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시고, 만약 안 계시다면 오늘의 당신을 있게 하신 고귀하신 어머니를 회상하는 시간을 꼭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 펌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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