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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문학

[1월 시] 새해 시 모음 [40편]

goodlucklife 2023. 12. 31. 19:50

목차



     

    1) 1월 / 용해원

     

    1월은 가장 깨끗하게 찾아온다

    새로운 시작으로 꿈이 생기고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것만 같다​

     

    올해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

    기대감이 많아진다​

     

    올해는 흐르는 강물처럼 살고 싶다

    올해는 태양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다​

     

    올해는 먹구름이 몰려와

    비도 종종 내리지만

    햇살이 가득한 날들이

    많을 것이다​

     

    올해는

    일한 기쁨이 수북하게 쌓이고

    사랑이란 별 하나

    가슴에 떨어졌으면 좋겠다


     

    2) 새해에는 이런 사람이 / 이해인

     

    평범하지만

    가슴엔 별을 지닌 따뜻함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절망하지 않고

    신뢰와 용기로써 나아가는

    [기도의 사람]이 되게 해 주십시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정월의 보름달만큼만 환하고

    둥근 마음 나날이 새로 지어먹으며

    밝고 맑게 살아가는

    [희망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너무 튀지 않는 빛깔로

    누구에게나 친구로 다가서는 이웃

    그러면서도 말보다는

    행동이 뜨거운 진실로 앞서는

    [사랑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오랜 기다림과 아픔의 열매인

    마음의 평화를 소중히 여기며

    화해와 용서를 먼저 실천하는

    [평화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날이 그날 같은 평범한 일상에서도

    새롭게 이어지는 고마움이 기도가 되고

    작은 것에서도 의미를 찾아 지루함을 모르는

    [기쁨의 사람]이 되게 해주십시오


     

    3) 일월 / 유치환

     

    나의 가는 곳

    어디나 백일(白日)이 없을소냐

     

    머언 미개(未開)적 유풍(遺風)을 그대로

    성신(星辰)과 더불어 잠자고

     

    비와 바람을 더불어 근심하고

    나의 생명과

    생명에 속한 것을 열애(熱愛)하되

    삼가 애련(愛憐)에 빠지지 않음은

    그는 치욕(恥辱)임일레라.

     

    나의 원수와

    원수에게 아첨하는 자에겐

    가장 옳은 증오(憎惡)를 예비하였나니

     

    마지막 우러른 태양이

    두 동공(瞳孔)에 해바라기처럼 박힌 채로

    내 어느 불의(不意)에 짐승처럼 무찔리기로

    오오, 나의 세상의 거룩한 일월(日月)에

    또한 무슨 회한(悔恨)인들 남길소냐


     

    4) 1월의 기도 / 윤보영

     

    사랑하게 하소서

    담장과 도로 사이에 핀 들꽃이

    비를 기다리는 간절함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

     

    새벽잠을 깬 꽃송이가

    막 꽃잎을 터뜨리는 향기로

    사랑하게 하소서

     

    갓 세상에 나온 나비가

    꽃밭을 발견한 설렘으로

    사랑하게 하소서

     

    바람이 메밀꽃 위로

    노래 부르며 지나가는 여유로

    서두르지 않는 사랑을 하게 하소서

     

    내가 더 많이 사랑하는

    그게 더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고

    늘 처음처럼, 내 사랑이

    마르지 않는 샘물이 되게 하소서


     

    5) 정월 덕담 / 유안진

     

    복 많이 받으세요

    소원 성취하시게

     

    이 한 달 동안

    내가 받는 축언 덕담일랑 모두

    단 하로만 괴여지이다

     

    나만 홀로 그대의

    더운 눈물 되어지이다

     

    나이 한 살 더 먹으면

    십 리만큼 멀어 가는 이여

     

    다섯 간장 아홉 구비 녹여

    덕담 한마디 마련했거늘

     

    이 숱한 때때옷 물결에도

    나의 손님 그대만 안 보여요

     


     

    6) 일월에는 / 이도연

     

    일월에 일월에 새날이 오면

    손가락 걸고 약속하고

    두 손 모아 기도하며

    다짐을 한다

     

    무심천이 흐르는 세상을 향해

    지키지 못할 약속일지라도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소망을 키운다

     

    무서리 바람 찬 계절이

    한파를 몰고 오는 엄동설한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울 밑에 싹을 틔운다

     

    나무는 동그란 나이테 긋고

    사람은 얼굴에 주름이 늘어도

    동토에 꿈틀거리는

    생명의 환희는 희망을 키운다.


     

    7) 1월 / 신달자 ​

     

    때는 새벽

    1월의 시간이여 걸어오라

    문 밖에 놓인 냉수 한 그릇에

    발 담그고 들어오면

    포옥 삶아 깨끗한

    새 수건으로 네 발 씻어 주련다

    자세는 무릎을 꿇고

    이마엔 송골송골 땀방울도

    환히 미소 지어리니

    나의 두 손은 잠시

    가슴에 묻은 채 쉬리라.

     

     

     

     


     

    8) 1월의 시 / 박광호 ​

     

    새해 새 아침에는

    가슴에 해를 품었다 ​

     

    암청색 옷을 벗으며

    새뜻한 소망이 솟구쳤다 ​

     

    하늘에로 기도를 보내고

    흙을 파고 씨를 심었다 ​

     

    자신의 정체를 아는

    깨달음의 산하여 ​

     

    억만년 힘차게 출렁이는

    동해 서해 남해여 ​

     

    격동의 아픔 속에

    연면히 이어온 역사 ​

     

    꿋꿋이 견딘 인고와

    슬기와 강인함 속에 ​

     

    오늘을 엮어 가는 생명력

    우리를 살리는 맥박이여 ​

     

    서로 마음을 열고

    봄을 향하여 나아가라 ​

     

    힘차게 지축을 울리면서

    뜨거운 쇳물을 쏟으면서.

     

     


     

    9) 1월의 시 / 이해인 ​

     

    첫 눈 위에

    첫 그리움으로

    내가 써보는 네 이름 ​

     

    맑고 순한 눈빛의 새한 마리

    나뭇가지에 기침하며

    나를 내려다본다 ​

     

    자꾸 쌓이는 눈 속에

    네 아름은 고이 묻히고

    사랑한다 사랑한다 ​

     

    무수히 피어나는 눈꽃 속에

    나 혼자 감당 못할

    한 방울의 피와 같은 아픔도

    눈밭에 다 쏟아 놓고 가라 ​

     

    부디 고운 저 분홍 가슴의

    새는 자꾸 나를 재촉하고··


     

    10) 1월의 기도 / 김덕성 ​

     

    찬바람으로 춥고 외로울지라도

    당신을 만나로 가는 길만은

    따뜻하고 온화한 길이 되게 하소서 ​

     

    깊은 상처로 쓰리고 아플지라도

    언제나 당신의 사랑의 품 안만은

    포근한 삶의 쉼터가 되게 하소서 ​

     

    힘겨운 고난으로 눈물이 매칠지라도

    당신의 사랑의 손길을 펴셔서

    눈물을 닦아 주시고 위로해 주소서 ​

     

    세상 속에서 삶이 흔들지라도

    방향을 잃지 않게 등불이 되어 주시고

    그 빛으로 영혼이 되살아나게 하소서

     

    ​당신의 따뜻한 입김이 온몸에 스미어

    그 온기로 하여금 생기가 넘치게 하시고

    밝아 오는 아침마다

    희망을 품고 힘차게 알차게 살게 하소서

     


     

    11) 1월의 기도 / 박성일 ​

     

    주여!

    새로운 한 해를 주심을 감사합니다

    오고 오는 날들이

    아이들의 이가 자라나는 것처럼

    슬픔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하게 하시고

    희망차고 보람된 나날들이 되게 하소서

     

    ​주여!

    새해에는 더욱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손을 내밀어 모르는 이웃들의 손을 잡게 하시고

    주위의 사람들을 따뜻한 눈으로 둘러보게 하시어

    세상을 주의 사랑으로 품게 하여 주소서 ​

     

    주여!

    새해에는 다른 사람들을 탓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더욱 돌아보게 하시고

    다른 사람들의 부족함을 비판하기보다는

    나의 부족함을 가지고 아파하면서

    나 자신을 성숙시키는 시간들이 되게 하소서 ​

     

    주여!

    주님이 주신 새로운

    꿈과 희망과 사랑의 마음으로

    힘차게 새해의 첫 발을 내딛게 하시고

    한 해 동안 이 마음 변치 않도록 지켜 주소서


     

    12) 1월의 기도 / 정윤회 ​

     

    1월에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분들이

    원대한 꿈 희망찬 미래들

    기쁨과 만족을 나눌 수 있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합니다.

     

    1월에는

    푸른 창공을 힘차게 날아오르는 저 철새들처럼

    암울한 걱정 근심 모두 다 저 바람 속으로 날려 버리고

    소망하는 꿈들이 멋지게 이루어지기를 기도합니다.


     

    13) 1월이 오면 / 남정림 ​

     

    1월이 오면

    묵은 인연의 먼지를 털고

    새로움의 향기에 젖어

    푹신한 시간의 털실을 풀어보아요

    그대와 거니는 매 순간이

    윤슬처럼 예쁘게 반짝이길 원하지만

    그리 아니할지라도

    11장 남은 달력의 넉넉함으로

    서로를 포근히 감싸주어요

     

    1월이 오면

    첫 만남의 설렘으로

    말갛게 마음 씻고

    때 묻지 않은 발걸음을

    우렁차게 내디뎌 보아요

     

     

     

     


     

    14) 정월의 노래 / 신경림

     

    눈에 덮여도

    풀들은 싹트고

    얼음에 깔려서도

    벌레들은 숨쉰다

     

    바람에 날리면서

    아이들은 쉬 놀고

    진눈깨비에 눈 못 떠도

    새들은 지저귄다

     

    살얼음 속에서도

    젊은이들은 사랑하고

    손을 잡으면

    숨결은 뜨겁다

     

    눈에 덮여도

    먼동은 터오고

    바람이 맵찰수록

    숨결은 더 뜨겁다


     

    15) 중년의 가슴에 1월이 오면 / 이채

     

    시작이라는 말은

    내일의 희망을 주고

    처음이라는 말은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요 ​​

     

    두려움 없이

    용기를 갖고 꿈을 키울 때

    그대, 중년들이여!

    꿈이 있는 당신은 늙지 않습니다

     

    ​뜻이 있어도 펼치지 아니하면

    문은 열리지 아니하고

    발이 있어도 걷지 아니하면

    길은 가지 않습니다 ​

     

    책이 있어도 읽지 아니하면

    무지를 면치 못하고

    뜰이 있어도 가꾸지 아니하면

    꽃은 피지 않겠지요 ​

     

    부지런한 사람에겐 하루해가 짧아도

    게으른 사람에겐 긴 하루가 지루해

    생각은 있어도 실천이 없다면

    애당초 없는 생각과 무엇이 다를까요

     

    ​​다시 돌아가

    처음으로 돌아가

    그대, 중년들이여! `

    이 나이에 뭘 하겠어'라는

    포기의 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16) 원단(元旦) / 조운

     

    어허 또 새해라니

    어이없어하면서도

     

    이 신문 저 신문

    뒤적 쥐적 뒤지다가

     

    오늘도 다름없이 거저

    해를 지워 버렸다


     

    17) 새해엔 / 최계락

     

    무거운 얼음장 밑을

    그래도

    냇물은

    맑게 흐른다.

     

    그렇다

    찬바람을

    가슴으로 받고 서서

    오히려

    소나무는

    정정한 것을.

     

    새해엔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어둡고 답답한

    땅 속

    깊은 곳에서도

    지금쯤

    새 봄의 기쁨을 위해

    제 손으로 목숨을 가꾸고 있을

    꽃씨.

     

    그렇다

    언젠가

    이른 아침을

    뜨락에 쏟아지던

    눈부신

    햇살처럼

     

    나도

    새해엔

    그렇게 살아야지.


     

    18) 신년시 / 조병화

     

    흰 구름 뜨고

    바람 부는

    맑은 겨울 찬 하늘

    그 무한을 우러러보며

    서 있는

    대지의 나무들처럼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꿈으로 가득하여라

     

    한 해가 가고

    한 해가 오는

    영원한 일월의

    영원한 이 회전속에서

     

    너와 나, 우리는

    약속된 여로를 동행하는

    유한한 생명

     

    오는 새해는

    너와 나, 우리에게

    그렇게 사랑으로 더욱더

    가까이 이어져라


     

    19) 연하장 / 김남조

     

    설날 첫 햇살에 펴 보세요

    잊음으로 흐르는 강물에서

    옥돌 하나 정 하나 골똘히 길어내는

    이런 마음씨로 봐주세요

     

    연하장

    먹으로 써도 彩色(채색)으로 무늬 놓는 편지

    온갖 화해와 함께 늙는 회포에 손을 쪼이는 편지

     

    제일 사랑하는 한 사람에겐

    글씨는 없이 목례만 드린다


     

    20) 새 해 아침 / 양현근

     

    눈 부셔라

     

    저 아침

    새벽길을 내쳐 달려와

    세세년년의 산과 들,

    깊은 골짝을 돌고 돌아

    넉넉한 강물로 일어서거니

    푸른 가슴을 풀고 있거니

    이슬, 꽃, 바람, 새

    온통 그리운 것들 사이로

    이 아침이 넘쳐나거니

    남은 날들의 사랑으로

    오래 눈부시거니

     


     

    21) 새해인사 /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뭡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뭡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22) 신년기원 / 김현승

     

    몸 되어 사는 동안

    시간을 거스를 아무도 우리에겐 없사오니,

    새로운 날의 흐름 속에도

    우리에게 주신 사랑과 희망―당신의 은총을

    깊이깊이 간직하게 하소서.

     

    육체는 낡아지나 마음으로 새로웁고

    시간은 흘러가도 목적으로 새로워지나이다!

    목숨의 바다―당신의 넓은 품에 닿아 안 기우기까지

    오는 해도 줄기줄기 흐르게 하소서.

     

    이 흐름의 노래 속에

    빛나는 제목의 큰 북소리 산천에 울려 퍼지게 하소서!

     

    한쪽의 빵을 얻기 위하여

    한 세기의 희망이 굶주리던 지난 일 년

    한 이파리 꽃술에 입맞추기 위하여

    한 세대의 젊음이 시들어버린

     

    지난 일년의 얼굴 없는 물웅덩이 속에

    1972년의 쉬임 없는 시간들이 고이어 고이어

    끝 모를 심연을 우리의 눈망울에 잠기게 마옵소서.

     

    검은 땅에 입맞추는

    저 임자년(壬子年)의 첫 입술―새벽의 붉은 태양을

    희망과 사랑의 눈빛으로 다만 바라보게 하소서!

     

    우리를 오히려 도리어 더욱

    슬프고 배고프고 목마르게 만들던,

    단추로 눌러버린 이 기쁨들

    빛의 이 영화(榮華)들

    엉겅퀴 우거진 이 욕망의 벌을 지나,

    낡은 경험 위에 새로운 슬기를 띄우며

    새 아침의 도소주(屠蘇酒)를 마음의 새 푸대에 부으며,

    아침 태양이 반짝이는 강물처럼

    굽이쳐 굽이쳐 우리의 새로운 시간들을

    당신의 품―당신의 영원한 바다로

    흘러가게 하소서 하소서.


     

    23) 새 해 새 아침 / 이해인

     

    새해의 시작도

    새 하루부터 시작됩니다

     

    시작을 잘 해야만

    빛나게 될 삶을 위해

    겸손히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는 아침이여

     

    어서

    희망의 문을 열고

    들어오십시오

     

    사철 내내 변치 않는

    소나무빛 옷을 입고

    기다리면서 기다리면서

    우리를 키워온 희망

     

    힘들어도 웃으라고

    잊을 것은 꺠긋이 잊어버리고

    어서 앞으로 나아가라고

    희망은 자꾸만 우리를 재촉하네요

     

    어서

    기쁨의 문을 열고

    들어오십시오

     

    오늘은배추밭에 앉아

    차곡차곡 시간을 포개는 기쁨

    흙냄새 가득한

    싱싱한 목소리로

    우리를 부르네요

     

    땅에 충실해야 기쁨이 온다고

    기쁨으로 만들 숨은 싹을 찾아서

    잘 키워야만 좋은 열매를 맺는다고

    조용조용 일러주네요

     

    어서

    사랑의 문을 열고

    들어오십시오

     

    언제나

    하얀 소금밭에 엎드려

    가끔은 울면서

    불을 쪼이는 사랑

     

    사랑에 대해

    말만 무성했던 날들이 부끄러워

    울고 싶은 우리에게

    소금들이 통통 튀며 말하네요

     

    사랑이란 이름으로

    여기저기 팽개쳐진 상처들을

    하얀 붕대로 싸매주라고

     

    새롭게 주어진 시간

    만나는 사람들을

    한결같은 따듯함으로 대하면

    그것이 사랑의 시작이라고-

    눈부신 소금곷이 말을 하네요

     

    시작을 잘해야만

    빛나게 될 삶을 위해

    설레이는 첫 감사로 문을 여는 아침

    천년의 기다림이 비로소 시작되는

    하늘빛 은총의 아침

    서로가 복을 빌어주는 동안에도

    이미 새 사람으로 거듭나는

    새해 새 아침이여


     

    24) 새해 두어 마디 말씀 / 고은

     

    새해 왔다고 지난날보다

    껑충껑충 뛰어

    단오날 열일곱 짜리 풋가슴 널뛰기로

    하루아침에 찬란한 세상에 닿기야 하리오?

     

    새해도 여느 여느 새해인지라

    궂은일 못된 일 거푸 있을 터이고

    때로 그런 것들을

    칼로 베이듯 잘라버리는

    해와 같은 웃음소리 있을 터이니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쥔 양반과 다툴 때 조금만 다투고

    사랑도 그냥 사랑이 아니라

    눈을 부릅떠서

    지지리 못난 사내 짓 고쳐 주시압

    에끼 못난 것! 철썩 불기라도 때리시압

     

    그뿐 아니라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우리 집만 문 잠그고 으리으리 살 게 아니라

    더러는 지나가는 이나 이웃이나

    잘 안되는 듯하면

    뭐 크게 떠벌릴 건 없고

    그냥 수숫대 수수하게 도우며 살 일이야요

     

    안 그래요? 우리 아낙네들이시여

    예로부터 변하는 것 많아도

    그 가운데 안 변하는 심지 하나 들어 있어서

    그 슬기 심지로 우리 아낙네들 크낙 한 사랑이나 훤히 밝아지이다

    마침내 우리 세상 훤히훤히 밝아지이다


     

    25) 새해 아침의 비나리 / 이현주

     

    새해 새날이 밝았습니다, 아버지

    해마다 주시는 새날이 온 땅에 밝았습니다.

    올해에는 하늘을 기르게 해 주십시오.

    우리 몸 속에 심어 주신 하늘 싹 고이 길러

    마침내 하늘만큼 자라나

    사람이 곧 하늘임을 스스로 알게 해 주시고

    칼의 힘을 믿는 이들에게는

    칼이 얼마나 덧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시고

    돈의 힘을 의지하는 이들에게는

    돈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알게 해주시고

    부끄러운 성공보다 오히려

    떳떳한 실패를 거두게 하시고

    유명한 사람이 되기 전에 먼저

    참된 사람이 되게 하시고

    착한 일 하다가 지친 이들에게는

    마르지 않는 샘을 가슴 깊이 파주시고

    쓰러지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대신에

    길 떠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하게 하시고

    올해에는 하늘을 품게 해주십시오.

    가슴마다 작은 가슴마다

    우주만큼 큰 하늘을 품고

    한발 두발 세발

    후회 없는 날을 걸어가게 해주십시오.

     


     

    26) 1월 / 오세영

     

    1월이 색깔이라면

    아마도 흰색일 게다

    아직 채색되지 않은

    신의 캔버스

    산도 희고 강물도 희고

    꿈꾸는 짐승 같은

    내 영혼의 이마도 희고

     

    1월이 음악이라면

    속삭이는 저음일 게다

    아직 트이지 않은

    신의 발성법

    가지 끝에서 풀잎 끝에서

    바람은 설레고

     

    1월이 말씀이라면

    어머니의 부드러운 육성일 게다

    유년의 꿈길에서

    문득 들려 오는 그녀의 질책

     

    “아가 일어나거라

    벌써 해가 떴단다.”

    아! 1월은

    침묵으로 맞이하는

    눈부신 함성


     

    27) 새해 아침, 행복을 꿈꾸며 / 이채

     

    새해 아침 우리는

    사랑 아닌 것

    기쁨 아닌 것 어디에도 없어라

     

    찬물로 세수하고

    가지런히 앉은 아침이여!

    솟아오르는 희망으로

    천길 바다 속 햇살을 길어 올리네

     

    풀 먹인 마음으로

    다듬질한 생각으로

    때때옷 입고 세배하는 아침이여!

    말씀마다 뜻 있고 뜻마다 삶의 양식되니라

     

    한 알의 씨앗으로

    한 해의 꿈을 심는 아침이여!

    믿음의 뿌리마다

    곧고 반듯한 기도가 되니라

     

    새해 아침 우리는

    소망 아닌 것

    행복 아닌 것 어디에도 없어라

     

     

     

     


     

    28) 새해 첫 기적 /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29) 새해의 기도 / 이성선

     

    새해엔 서두르지 않게 하소서

    가장 맑은 눈동자로

    당신 가슴에서 물을 긷게 하소서

    기도하는 나무가 되어

    새로운 몸짓의 새가 되어

    높이 비상하며

    영원을 노래하는 악기가 되게 하소서

     

    새해엔, 아아

    가장 고독한 길을 가게 하소서

    당신이 별 사이로 흐르는

    혜성으로 찬란히 뜨는 시간

    나는 그 하늘 아래

    아름다운 글을 쓰며

    당신에게 바치는 시집을 준비하는

    나날이게 하소서


     

    30) 새해  / 구상

     

    내가 새로와지지 않으면

    새해를 새해로 맞을 수 없다

     

    내가 새로와져서 인사를 하면

    이웃도 새로와진 얼굴을 하고

     

    새로운 내가 되어 거리를 가면

    거리도 새로운 모습을 한다

     

    지난날의 쓰라림과 괴로움은

    오늘의 괴로움과 쓰라림이 아니요

    내일도 기쁨과 슬픔이 수놓겠지만

    그것은 생활의 律調일 따름이다

     

    흰 눈같이 맑아진 내 意識은

    理性의 햇발을 받아 번쩍이고

    내 深呼吸한 가슴엔 사랑이

    뜨거운 새 피로 용솟음친다

     

    꿈은 나의 忠直과 一致하여

    나의 줄기찬 勞動은 고독을 쫓고

    하늘을 우러러 소박한 믿음을 가져

    祈禱는 나의 日課의 처음과 끝이다

     

    이제 새로운 내가

    서슴없이 맞는 새해

    나의 生涯,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해여!

     


     

    31) 새해  / 피천득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너 나무들 가지를 펴며

    하늘로 향하여 서다

     

    봄비 꽃을 적시고

    불을 뿜는 팔월의 태양

     

    거센 한 해의 풍우를 이겨

    또 하나의 연륜이 늘리라

     

    하늘을 향한 나무들

    뿌리는 땅 깊이 박고

     

    새해는 새로워라

    아침같이 새로워라


     

    32) 새아침에  / 조지훈

     

    모든 것이 뒤바뀌어 秩序를 잃을지라도

    星辰의 運行만은 변하지 않는 法度를 지니나니

    또 삼백예순날이 다 가고 사람 사는 땅 위에

    새해 새아침이 열려오누나

     

    처음도 없고 끝도 없는

    이 永劫의 둘레를

    뉘라서 짐짓 한 토막 짤라

    새해 첫날이라 이름지었던가

     

    뜻두고 이루지 못하는 恨은

    太初 以來로 있었나부다

    다시 한 번 意慾을 불태워

    스스로를 채찍질하라고

    그 不退轉의 決意를 위하여

    새아침은 오는가

     

    낡은 것과 새것을 義와 不義를

    삶과 죽음을ㅡ

    그것만을 생각하다가 또 삼백예순날은 가리라

    굽이치는 山脈 위에 보라빛 하늘이 열리듯이

    출렁이는 波濤 위에

    이글이글 太陽이 솟듯이

    그렇게 열리라 또 그렇게 솟으라

    꿈이여! 


     

    33) 소원시(所願詩) / 이어령(李御寧)

     

     

    벼랑 끝에서 새해를 맞습니다.

    덕담 대신 날개를 주소서.

    어떻게 여기까지 온 사람들입니까.

    험난한 기아의 고개에서도

    부모의 손을 뿌리친 적 없고

    아무리 위험한 전란의 들판이라도

    등에 업은 자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남들이 앉아 있을 때 걷고

    그들이 걸으면 우리는 뛰었습니다.

    숨가쁘게 달려와 이제 젖과꿀이 흐르는 땅이

    눈앞인데 그냥 추락할 수는 없습니다. 

     

    벼랑인 줄도 모르는 사람들입니다.

    어쩌다가 북한이 핵을 만들어도 놀라지 않고

    수출액이 3,000억 달러를 넘어서도

    웃지 않는 사람들이 되었습니까.

    거짓 선지자들을 믿은 죄입니까.

    남의 눈치 보다 길을 잘못 든 탓입니까.  

     

    정치의 기둥이 조금만 더 기울어도,

    시장경제의 지붕에 구멍 하나만 더 나도,

    법과 안보의 울타리보다

    겁 없는 자들의 키가 한 치만 더 높아져도

    그때는 천인단애(千仞斷崖)의 나락입니다.  

     

    비상(非常)은 비상(飛翔)이기도 합니다.

    싸움밖에 모르는 정치인들에게는

    비둘기의 날개를 주시고,

    살기에 지친 서민에게는

    독수리의 날개를 주십시오.  

     

    주눅 들린 기업인들에게는

    갈매기의 비행을 가르쳐 주시고,

    진흙 바닥의 지식인들에게는

    구름보다 높이 나는 종달새의 날개를 보여 주소서.  

     

    날게 하소서!

    뒤처진 자에게는 제비의 날개를

    설빔을 입지못한 사람에게는 공작의 날개를,

    홀로 사는 노인에게는 학과 같은 날개를 주소서.

    그리고 남남처럼 되어 가는 가족에는

    원앙새의 깃털을 내려 주소서.  

     

    이 사회가 갈등으로 더 이상 찢기기 전에

    기러기처럼 나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소리를 내어 서로 격려하고

    선두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대열을 이끌어 간다는 저 신비한 기러기처럼

    우리 모두를 날게 하소서.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아보자꾸나."

    어느 소설의 마지막 대목처럼

    지금 우리가 외치는 이 소원을 들어 주소서.

    은빛 날개를 펴고 새해의 눈부신 하늘로

    일제히 날아오르는 경쾌한 비상의 시작!

    벼랑 끝에서 날게 하소서!

     


     

    34) 나의 소망 / 황금찬

     

     

    정결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리라

    그렇게 맞이한 이 해에는

    남을 미워하지 않고

    하늘같이 신뢰하며

    욕심 없이 사랑하리라  

     

    소망은

    갖는 사람에겐 복이 되고

    버리는 사람에겐

    화가 오느니

    우리 모두 소망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후회로운 삶을 살지 않고

    언제나 광명 안에서

    남을 섬기는 이치를

    배우며 살아간다.  

     

    선한 도덕과

    착한 윤리를 위하여

    이 해에는 최선을 다하리라.  

     

    밝음과 맑음을

    항상 생활 속에 두라

    이것을 새해의 지표로 하리라.

     


     

    35) 1월 / 목필균

     

    새해가 밝았다

    1월이 열렸다

     

    아직 창밖에는 겨울인데

    가슴에 봄빛이 들어선다

     

    나이 먹는다는 것이

    연륜이 그어진다는 것이

    주름살 늘어난다는 것이

    세월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것이

    모두 바람이다

     

    그래도

    1월은 희망이라는 것

    허물 벗고 새로 태어나겠다는

    다짐이 살아 있는 달

    그렇게 살 수 있는 1월은 축복이다


     

    36) 새해의 작은 소망 / 정연복

     

     억만금(億萬金) 보석보다

    소중한 하루  

     

    그 눈부신 은총의 날을

    하늘은 올해도

     

    삼 백 예순 다섯 개나

    선물로 주셨다  

     

    나, 아직은 많이 서툰

    인생의 화가이지만  

     

    그 하루하루의

    매 순간을  

     

    사랑과 기쁨과 행복의

    곱고 순수한 색깔로  

     

    예쁘게 보람있게

    채색하고 싶다


     

    37) 새해 아침의 기도 / 윤보영

     

     

    새해 아침입니다

    기다렸던 아침 해를

    가슴으로 불러 한 해를 엽니다  

     

    올 한 해는

    어렵고 힘든 일보다

    즐거운 일로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그 즐거운 일로, 함께

    즐거워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새해에는

    주위를 배려하며 살겠습니다

    내가 말을 많이 하기보다

    많이 들어 주고

    공감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그 공감이 실천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새해에도 행복하게 보내겠습니다

    행복을 크게 그

    리고 원대하게 생각하지 않고

    가까이에 있다고 여기겠습니다

    그리고 일상에서 찾겠습니다  

     

    지금 순간이 행복이듯

    늘 행복하다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 꽃을 심겠습니다

    예쁜 정원을 만들고

    꽃을 보며 웃음이 나올 수 있게

    내 안에도 옮겨 심어 가꾸겠습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가볍게 여기지 않고

    사랑으로 대하겠습니다

    작은 사랑이 모여

    큰 사랑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새해에는

    그렇게 살겠습니다

    이렇게 실천하며 살겠습니다


     

    38) 새해 새 아침은 / 신동엽 

     

    새해

    새 아침은

    산 너머에서도

    달력에서도 오지 않았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대화

    우리의 눈빛 속에서

    열렸다.  

     

    보라

    발 밑에 널려진 골짜기

    저 높은 억만 개의 산봉우리마다

    빛나는

    눈부신 태양

    새해엔

    한반도 허리에서

    철조망 지뢰들도

    씻겨갔으면,  

     

    새해엔

    아내랑 꼬마아이들 손 이끌고

    나도 그 깊은 우주의 바다에 빠져

    달나라나 한 바퀴

    돌아와 봤으면,  

     

    허나

    새해 새 아침은

    산에서도 바다에서도

    오지 않는다.  

     

    금가루 흩뿌리는

    새 아침은 우리들의 안창

    영원으로 가는 수도자의 눈빛 속에서

    구슬짓는다.


     

    39) 희망하는 기쁨 / 홍수희

     

    침묵하는

    겨울 산에

    새 해가 떠오르는 건

     

    차디찬

    바다 위에

    새 해가 떠오르는 건

     

    하필이면

    더 이상은 꽃이 피지 않을 때

    흰 눈 나풀거리는 동토凍土에

     

    이글이글

    새 해가 떠오르는 건

     

    가장 어두운 좌절 깊숙이

    희망을 심으라는 것

     

    지금 선 그 자리에서

    숨어있는 평화를 찾으라는 것

     

    희망하는 기쁨,

    새해 첫날이 주는 선물입니다


     

    40) 새해  / 나태주 ​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너는 어린 것

    다만 안쓰럽고 가여운 아이

     

    그런 마음을 위해

    어린 장미는 피어나고

    아버지도 있고 딸도 있을 것임

     

    문득 세상이 새롭게 밝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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