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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문학

황혼

goodlucklife 2024. 7. 17.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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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

 

< 황혼 >

 

늙어가는 길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입니다.

무엇 하나
처음 아닌 길은 없지만,


늙어가는 이 길은
몸이 마음과 같지 않고 방향 감각도
매우 서툴기만 합니다.

가면서도
이 길이 맞는지?
어리둥절
할 때가 많습니다.

때론 두렵고
불안한 마음에
멍하니 창 밖만
바라보곤 합니다.

시리도록
외로울 때도 있고,
아리도록
그리울 때도 있습니다.

어릴 적 처음 길은
호기심과 희망이 있었고,
젊어서의 처음 길은
설렘으로 무서울 게 없었는데,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언제부터 인가
지팡이가 절실하고,
애틋한 친구가
그리울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그래도
가다 보면 혹시나!

가슴 뛰는 일이
없을까 하여
노욕인 줄 알면서도,
두리번 두리번
찾아 봅니다.

앞 길이 뒷 길보다
짧다는 걸 알기에
한발 한발 더디게
걸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쉬워도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 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보다
아름답다는 해넘이처럼,
그렇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 이 인호 시인 >

 

황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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