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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순 씨, 이 꽃을 받아주세요 >
나이는 열 살이나 어리지만 존경할 수밖에 없는 후배가 있습니다.
그는 잘나가는 예능 방송작가입니다. 예능 작가는 방송사에 회의하러 나갈 일도 많고 해서 지방에 살면 일을 할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강원도 산골에 홀로 사는 어머니에게 치매가 왔습니다.
강남에 사는 형은 아이들 교육 때문에 어머니를 모실 수 없다고 했습니다. 미국에 이민 간 누나는 걱정하며 울기만 했습니다.
후배는 이혼을 하고 혼자 살았는데, 하는 수 없이 그 집으로 어머니를 모셔왔습니다. 그런데 어머니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자꾸 집을 나가 길을 잃기도 했고, "내가 사는 집에 데려다다오"라고 애원하기도 했습니다.
후배는 결심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익숙한 시골집으로 가서 어머니와 함께 살기로………….
그는 기획하던 프로그램을 다른 작가에게 넘겼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와 함께 시골로 내려갔습니다.
차를 몰고 가는데, 뒷좌석 차창에 메달러 밖을 보면 어머니가 들꽃을 보더니 탄성을 질렀습니다.
"아, 예쁘다!"
후배는 차를 세우고 그 들꽃들을 한 묶음 꺾어다가 내밀었습니다.
"옥순 씨, 이 꽃을 받아주세요."
어머니가 소녀처럼 좋아했습니다.
가는 길에 장터에 들러 어머니 좋아하는 팥칼국수도 같이 먹었습니다.
사실 어머니가 팥칼국수를 좋아하는지도 처음 알았습니다.
시골집에서 어머니와 살면서 그는 매일 들꽃을 꺾어다 어머니에게 내밉니다.
그리고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으러 다닙니다.
정선 오일장에 가서 수수부꾸미도 먹고, 메밀전도 먹었습니다.
밤이면 어머니에게 시를 읽어드리고 종종 어머니에게 노래도 불러드립니다.
그러면서 깨닫습니다. 내 인생에 가장 행복한 지점을 건너고 있다는 사실을………
작가 몇 명이 찾아갔을 때, 후배는 된장찌개를 끓이고 있었습니다.
그 찌개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점점 요리 솜씨가늘어요. 엄마 입맛이 까다롭거든요."
후배가 맑게 웃었습니다.
< 옮겨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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