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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 쌓는 일 >
예전에 살던 여의도 아파트 앞에 포장마차가 있었습니다.
포장마차에 가면 할머니가 혼자서 붕어빵도 팔고 어묵도 팔았습니다.
붕어빵을 사러 가면 할머니는 “그 집 아들 이제 그만 좀 크라고 해!" 하며 농담도 하고, "왜 그렇게 얼굴빛이 안 좋아? 무리하지 마. 건강이 최고여" 하는 충고도 합니다.
할머니의 자식들은 다 훌륭하게 자랐습니다. 딸은 고등학교 음악교사로 재직하고 있고 아들은 탄탄한 중소기업의 과장입니다.
"자식들이 엄마 고생한다고 뭐라고 안 해요?"
내가 묻자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딸이 막 뭐라고 해."
"그런데 왜 이 일을 하세요? 자식들이 걱정하잖아요.
"우리 딸과 아들한테도 내가 그랬어. 여기 와서 붕어빵을 사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면 니들이 그런 소리 하지 않을 거라고 추운 사람들이 길 가다 들어와서 '야, 어묵 국물 시원하다' 이러면서 먹을 때 표정을 보면 그런 소리 하지 않을 거라고."
어느 날 할머니의 딸이 포장마차에 불쑥 들어섰습니다.
때마침 할머니가 말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아, 어묵 국물 시원하다! 할머니, 이거 먹고 내가 기운 내요. 어쩌면 이렇게 국물을 시원하게 우려내세요?"
할머니는 딸에게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내가 집에서 밤새도록 무랑 멸치랑 넣고 푹 우려낸 국물이라우. 많이 드시고, 기운 내서 살아야지.'
아버지가 좋아하는 붕어빵을 사러 온 아줌마의 얼굴이 행복해지는 것도, 어묵을 먹고 학원으로 뛰어가는 학생들의 얼굴이 행복해지는 것도 딸은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딸이 말했습니다.
"우리 엄마 천당 가시겠네."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그럼 난 일하는 게 아니야. 덕을 쌓는 거지."
할머니는 딸에게 다시 한번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너만 전문가가 아니여. 나도 전문가여. 어묵 국물 전문가!"
"그래, 엄마가 전문가다. 완전 프로다, 우리 엄마!"
그 후 할머니가 나한테 자랑을 했습니다.
“우리 딸이 내가 자랑스럽대.
'어묵 파는 포장마차 할마시가 뭐가 자랑스럽냐?' 했더니 존경한다. 엄마를 닮은 딸이 되고 싶대.
"흐흐흐"
자꾸만 웃는 할머니를 따라 나도 행복하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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