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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따뜻한이야기

미소

goodlucklife 2023. 3. 8.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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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소 >

 

나는 죽으리라는 것이 확실했다. 

 

 

나는 극도로 신경이 곤두셨다. 

 

 

죽음에 대한 공포 때문에 고통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담배를 찾아 호주머니를 뒤졌다. 몸수색 때 발각되지 않은 게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에서였다. 

 

 

다행히 한 개비를 발견했다. 나는 손이 떨려서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는 데도 힘이 들었다. 하지만 성냥이 없었다. 그들이 모두 빼앗아 가 버린 것이다.

 


나는 창살 사이로 간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내 눈과 마주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는 자와 눈을 마주치려고 하겠는가. 

 

 

나는 그를 불러서 물었다.

 


"혹시 불이 있으면 좀 빌려 주겠소?"

 


간수는 나를 쳐다보더니 어깨를 으쓱하고는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기 위해 걸어왔다. 

 

 

그가 가까이 다가와 성냥을 켜는 순간 무심결에 그의 시선이 내 시선과 마주쳤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미소를 지었다. 왜 그랬는지는 나도 모른다. 어쩌면 신경이 곤두서서 그랬을 수도 있고, 어쩌면 둘 사이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니까 어색함을 피하려고 그랬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난 그 상황에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우리 두 사람의 가슴 속에, 우리들 두 인간 영혼 속에, 하나의 불꽃이 점화되었다. 

 

 

물론 나는 그가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는 걸 안다. 하지만 나의 미소는 창살을 넘어가 그의 입술에도 미소가 피어나게 했다. 

 

 

그는 내 담배에 불을 붙여 주고 나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여전히 미소를 지은 채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나 역시 그에게 미소를 보내면서 그가 단순히 한 명의 간수가 아니라 살아 있는 한 사람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가 나를 바라보는 시선에도 새로운 차원이 깃들여 있었다.

 


문득 그가 나에게 물었다.

 


“당신에게도 자식이 있소?"

 


"그럼요, 있구말구요."

 


나는 그렇게 대답하면서 얼른 지갑을 꺼내 허둥지둥 나의 가족사진을 보여 주었다. 그 사람 역시 자신의 아이들 사진을 꺼내 보여 주면서 앞으로의 계획과 자식들에 대한 희망 등을 이야기했다.



내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 다시는 내 가족을 만날 수 없게 될까 봐 난 두려웠다. 난 그것을 간수에게 고백했다. 

 

 

내 자식들이 성장해 가는 걸 지켜볼 수 없는 것이 무엇보다 슬프다고, 이윽고 그의 눈에도 눈물이 어른거렸다.

 


갑자기 간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일어나더니 감옥 문을 열었다. 

 

 

그러고는 나를 조용히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것이었다. 그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게 소리 없이 감옥을 빠져나가 뒷길로 해서 마을 밖까지 나를 안내했다. 

 

 

마을 끝에 이르러 그는 나를 풀어 주었다. 

 

 

그런 다음 그는 한마디 말도 없이 뒤돌아서서 마을로 걸어갔다. 

 

 

그렇게 해서 한 번의 미소가 내 목숨을 구해 주었다.

 


그렇다. 미소는 사람 사이에 꾸밈없고 자연스러운 관계를 맺어 준다. 

 

 

 

< 옮긴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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