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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자와 노인 >
강원도 산골 비수구미라는 마을에 산다는 장노인을 찾아 흔들거리는 버스를 타고 가며 내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그가 암에 좋은 자연산 상황버섯을 캤다는 신문 기사를 보고 무작정 나선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구할 수 있을까, 그 비싼 걸 돈 한 푼 없이......."
걱정스러운 마음에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한숨을 쉬었습니다. 결과는 운명에 맡기기로 하고 물어물어 당도한 노인의 집은 마을 끝 호숫가에 있었습니다.
집을 찾아 들어가니 마당에 나와 있던 노인이 뜨악한 표정으로 물었습니다.
“뉘슈?"
나는 다짜고짜 마당에 엎드려 큰절부터 했습니다.
"신문을 보고 왔습니다, 어르신!"
"신문이라니?"
난데없이 벌어진 상황에 노인은 무척 당황한 듯 보였습니다. 나는 자초지종을 털어놓았습니다.
"아버지가 위암으로 누워 계십니다. 병 고치느라 집 팔고 차 팔고 지금은 빈털터립니다만, 이거라도 받고 버섯을 좀 나눠 주시면・・・・..”
나는 차고 있던 손목시계를 풀어 내밀었습니다.
너무 귀해 부르는 게 값이라는 자연산 버섯, 스스로도 없는 짓이라 여기면서도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런 나를 외면하며 노인이 피식 웃었습니다.
"엥? 참 배짱도 좋수. 십 원 한 푼 안 들고 와서… 쯧쯧.....”
목석같이 마당에 꿇어앉은 나를 딱한 얼굴로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인이 갑자기 아들을 불렀습니다.
"에비야! 에비야, 안에 누구 없냐?"
"예, 아버지."
"남은 거 있지? 죄 가져오너라."
"아... 아버지!"
아들은 너무 놀라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가져오라면 가져와."
"예, 아버지."
단호한 노인의 호령에 아들이 마지못해 들고 온 상황버섯 한 상자, 노인은 그것을 시계조차 받지 않고 내 손에 들려주었습니다.
나는 너무 기쁜 나머지 인사치레도 하는 둥 마는 둥 돌아섰습니다.
그때 등뒤에서 노인이 아들에게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런 사람 빈 손으로 보내면 평생 가슴에 비수 꽂고 산다."
아버지는 그 후 보름 만에 돌아가셨지만 버섯 덕인지 인정 덕인지 큰 고통 없이 떠나셨습니다.
< 옮겨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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