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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나의 천사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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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회사에 취직하여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설렘과 함께 사랑이 찾아왔습니다.

 

 

그 사람은 저보다 열 살이나 더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서른두 살의 노총각이었지만 그 사람은 모든 여직원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저도 매일 그를 보는 기쁨으로 출근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저를 어린 학생처럼 대할 뿐이었습니다.
        

 

화장을 진하게 해보기도 하고 야한 옷차림을 해보기도 했지만 그는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새로운 작전을 세웠습니다.

           

아무도 모르게 날마다 그의 책상 위에 꽃을 꽂아 놓기도 하고 시집을 읽다  좋은 글이 있으면 예쁜 카드에 적어 올려놓았습니다.
    

    

  

드디어 그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카드에 적힌 글을 읽어 보고는 허공을 향해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주신 글 감사합니다"

             

그것으로 끝이었습니다. 다른 사람 같았으면 궁금해서라도 그 사람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게 보통이겠지만 그는 달랐습니다.

           

 "혹시 애인이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가슴 졸이며 바보처럼 말 한번 제대로 못하고 반년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결혼을 하여 미국으로 떠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날부터 전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허탈한 상태에 빠져 출근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일주일 뒤 초췌한 모습으로 출근을 하니 그는 이미 퇴사하고 난 뒤였습니다.

             

정신없이 인사과로 내려가 그 사람의 주소와 연락처를 알아내어 몇 번이나 망설인 끝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런데 수화기 너머에서 그의 어머님이 울음을 터뜨리며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애는 뇌종양 수술받으러 미국에 갔어요"

           

 결혼해서 미국으로 간다는 것은 거짓말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흔적이 너무 많은 회사를 더 이상 다닐 수 없었던 저는 사직서를 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책상을 정리하려고 서랍을 열자 상자 하나가 눈에 띄었습니다.

           

 그 안에는 제가 그에게 매일 썼던 시들이 차곡차곡 묶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쁜 쪽지가 하나 더 들어 있었습니다.
      

       

 당신은 나의 천사였습니다.
      

        

꿈에도 잊을 수 없는 그의 글씨였습니다.
      

        

그는 제 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병 때문에 애써 모르는 척했던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그 사람을 기다립니다.
       

       

그가 제 마음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자신의 병 때문에 제가 괴로울까 봐 참았던 것처럼 저도 참으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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