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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세! 이제 시작이야 >
어머니는 이제 아흔을 훌쩍 넘기고 중반에 들어섰습니다.
"내가 빨리 죽어야 할 텐데, 니들 힘들게만 해서 어떡하니"라고 하시는 어머니에게 이 시를 읽어드렸습니다.
아흔여덟 살에도 사랑은 한다고
꿈도꾼다고
구름이라도 오르고 싶다고
어머니가 좋아하시며 "누가 쓴 시야?" 하십니다.
"이 시를 쓸 때 이 시인은 102세였어요. 엄마는 이 할머니에 비하면 새댁이야, 새댁."
어머니가 환하게 웃으십니다. 또한 편 읽어드렸습니다.
있잖아
불행하다고 한숨짓지 마
햇살과 산들바람은
한쪽 편만 들지 않아
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
나도 괴로운 일
많았지만
살아 있어 좋았어
너도 약해지지 마
92세의 나이에 처음 시를 썼고, 98세에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발간한 일본의 시바타 도요 할머니.
도요 할머니는 시를 공부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아흔이 넘어 쓴 시가 6천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산케이 신문 1면 '아침의 노래' 코너에 실리게 됐습니다.
솔직하고 순수한 시에 심사위원들이 매료된 것입니다.
신문에서 도요 할머니의 시를 읽고 독자들이 늘어났습니다.
그 독자 중의 한 명이던 어떤 출판사 편집자의 끈질긴 설득 끝에 마침내 시집을 출간하게 됐고, 그 시집은 대단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100세가 넘도록 시를 쓰며 살았던 도요 할머니, 2013년 돌아가실 때까지 왕성한 호기심을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100세를 넘긴 나이에 "나도 인터넷을 해보고 싶다"며 의욕을 보였고,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같이 화장을 하고 멋진 모자를 썼다고 합니다.
92세에 처음 시를 쓰고, 98세에 첫 시집을 낸 100세의 신인 작가를 보면서도 이젠 너무 늦었다고 한탄할 수 있을까요?
이젠 너무 늙어버렸다고 주저앉을 수 있을까요?
책을 읽을 때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후반 부분입니다. 스포츠에 서도 후반전이 흥미롭고, 과일을 먹을 때 첫맛도 신선하지만 끝으로 갈수록 육즙이 풍부하고 달콤합니다.
인생도 그런 것 아닐까요? 25세까지는 연습 기간 50세까지는 전반전, 75세까지는 후반전, 100세까지는 연장전이라고 합니다.
인생의 황금기는 오히려 후반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중반기까지 별 볼일 없던 인생이라면 하반기에 화사한 꽃다발을 기대 해 봐도 좋겠습니다.
< 옮겨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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