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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과 어머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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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머니가 처음으로 학부모 회의에 참석했을 때, 유치원 교사가 말해주었다.
"아드님한테 다동증(多動症) 증상이 있는 것 같아요. 자리에 앉아서 채 3분도 견디지 못하는 걸요. 병원에 한번 가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들이 어머니에게 물었다.
"오늘 선생님이 엄마한테 무슨 얘기 했어?"
순간 어머니는 콧등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솟구쳤다. 반 아이 40명 가운데 유독 자기 아들만 선생님의 눈 밖에 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께서 우리 아들을 칭찬하시더구나. 단 1분도 자리에 앉아있질 못하던 애가 지금은 3분 동안이나 견딘다고 말이야. 다른 애 엄마들도 모두 부러워하더구나. 반 아이들 가운데 우리 아들이 제일 조숙하다고."
그날 저녁, 아들은 평소와 다르게 어머니가 일일이 먹여주지 않고도 밥 두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 아들이 자라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학부모 회의에서 선생님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이번 수학 시험에서 아드님은 전체 학생 50명 가운데 겨우 40등을 했습니다. 그래서 말씀인데요. 혹시 아드님의 지능지수가 낮은 게 아닌가 의심되네요."
교실을 나서면서 어머니는 또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와 식탁에 마주 앉은 아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이 우리 아들을 무척 기특해하더구나. 워낙 머리가 좋아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네 옆 단짝 정도는 이길 수 있겠다더구나. 그 아인 이번에 겨우 21등을 했다면서?"
그 말에 아들의 눈에는 금세 정기가 감돌았다. 아들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하고 어른스러워졌으며, 이튿날엔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갔다.
아들이 커서 중학교에 입학했다. 학부모회의에 참석한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호명하기만 기다렸다.
그러나 회의가 다 끝나도록 아들의 이름은 호명되지 않았다. 뭔가 잘못된 게 아닐까 하고 묻는 그녀에게 담임선생님이 말했다.
"지금 성적으로는 아드님의 고등학교 입학은 아무래도 벅 찰 것 같습니다."
학교 문을 나서니 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길에서 어머니가 아들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선생님께서 너한테 아주 많은 기대를 하시더구나. 네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겠다고 말이다."
그 이듬해 아들은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3년 후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하루는 학교에서 아들에게 왔다 가라는 전화가 왔다. 그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자기 아들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예감이 들었다.
얼마 후 학교에서 돌아온 아들은 명문 K대학 이니셜이 붙은 서류봉투를 어머니에게 넘겨주었다.
그러고는 몸을 홱 돌려 자기 방으로 뛰어들어가더니 엉엉 소리 내어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뒤쫓아간 어머니가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얘야, 이 기쁜 날 울긴 왜 우냐?"
"엄마, 난 내가 머리 나쁜 애라는 걸 잘 알아요. 하지만 엄마가 나를 그토록 믿어주셨기에······."
아들의 말을 들으며 어머니는 지난 10여 년간 가슴속에 혼자 묻어두었던 눈물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희비가 엇갈린 맑은 눈물이 두 손에 받쳐든 합격통지서를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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