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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장수의 지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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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전라도 전주 땅에"길례"라는 이름을 가진 어여쁜 아가씨가 가난한 소금장수 집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었는데, 미모가 너무나 아름다웠다,
"길례"의 미모가 얼마나 대단했는가 하면..?,
동구밖에 서 있는 천하 대장군 장승이, 나들이 나선 그녀의 자태에 홀려 곁눈질을 치다가, 짝꿍인 지하 여 장군에게 혼 지겁을 당했을 정도였답니다.
일찍이 영국의 정치가, "체스터 필드"가 여인의 아름다움은 남성의 기지와 마찬가지로, 소유자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했습니다...
"길례"의 미모가 여기저기서 한창 소문이 날 때, 놓칠세라, 동네 명문가 부잣집 아들이 반해서 인연을 맺으려고 온갖 애를 썼지만 그 인연은 맺어지기가 순탄하지를 않았습니다.
"길례"의 아버지는 백정(白丁)에다 천하의 상(常)것으로 취급받는 소금 장수에다, 고린전 한푼 없는 가난뱅이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시엔, 양반과 상민의 차별이 너무나 엄격해서 위계 질서를 무너뜨리는 혼사를 국법으로 막던 시대였던지라,
상사병을 앓은 아들을 차마 몰라라 할수 없어서, 국법을 몰래 어기고 막상 결혼을 시키긴 했지만, 시부모들이
며느리 보는 눈과 대하는 태도는 얼음장처럼 차가 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아들은 과거 준비 핑계로 사랑방에 독선생 붙여 가두다시피 해 놓고, 미운털 박힌 며느리는 안채에서 감시하기 쉬운 행랑에 처 박아 두고는 종(奴) 부리듯 혹독한 시집살이를 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길례는 참고 견뎠습니다.
시댁에서 결혼을 반대한 이상 당연히 감수해야 할 시집 살이라 여기고, 온갖 시달림을 달게 받아 들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신랑의 변함없는 사랑이었습니다.
가끔 독선생의 삼업 한 눈길을 피해 사랑채를 빠져나온 남편은 몰라보게 야윈 길례의 볼을 떨리는 손길로 어루만지며 반드시 과거에 급제해서 한양에서 편히 살게 해 주겠노라 굳게 다짐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눈물이 용솟음쳐 올라왔지만, "길례"는 피나도록 입술을 깨물며 그 슬픔을 꾹 눌러 참은 채, "아무 걱정 마시고 공부에만 전념하세요"하고 오히려 남편을 다독여 사랑채로 되돌려 보내곤 했습니다.
길례가 시부모로부터 고된 시집살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은 성밖 친정에 까지 전해 졌다.
이런 소식을 들은 친정 부모는 애지 중지 키운 무남독녀 외동딸을 부잣집 양반 댁으로 시집보낸 뒤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궁리 끝에
"우리가 가난하게 산다고 하지만 사돈댁 내외 분을 우리 집으로 한번 초대해 바깥사돈이 좋아하는 홍주로 식사 한번 대접해 봅시다."
소금장수의 말을 들은 아내가 심란한 표정으로 남편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무슨 대접을 얼마나 해야 길례의 시집살이가 달라질까요? 공연히 사돈댁에 비웃음이나 사지 않을까 걱정되네요."
그러자 남편이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진인사 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란
말이 있지안소.., 되든 안되든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이렇게 해 봅시다."
소금장수가 아내의 귓가에 대고 속삭이자 아내는 환한 미소로 피어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선 서둘러 준비를 할 테니 사돈 댁에 기별을 보내도록 하세요.
이튿날 날이 밝기가 무섭게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 흑산도 홍어회
-. 목포 세발 낙지
-. 영광 굴비에
-. 화순 쇠고기
-. 해남 참게젓
-. 영암 전복 대합, 등
호남 각 고을의, "산해 진미"(山海眞味)를 힘닿는데 까지 구해 잔칫상을 마련했습니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거덜이 날 지경이었지만, 딸아이의 장래를 위한 투자인지라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 놓고는 사돈 댁으로 소금장수가 직접 찾아갔다.
소금장수가 직접 예를 갖추어 찾아가자 거절을 못하고 동부인으로 초대에 응했습니다,
의례적인 인사를 나누고 소금장수는 진도에서 구해온 홍주를 한잔 따라 올렸고, 평소 술 좋아하는 바깥사돈이 구하기 어려운 명주 한잔을 쭉 들이키고는 푸짐하게 차려진 안주 한 점을 입에 넣었는데.....
짐짐한 게, 영 제 맛이 나질 않은 것이다...
뿐만 아니고, 즐비하게 차려진 안주 모두가 맹간이서, 목구멍으로 넘어가질 않았습니다.
독한 홍주만 몇 잔 연거푸 들이켜던 바깥사돈은 마침내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수저를 내려놓았고, 안사돈도 밥숟갈을 내려놓고는, 어서 집에 가자는 듯이 힐끔힐끔 남편을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사돈어른, 왜 수저를 놓으십니까...??
많이 드시지 않으시고....
그러자,
음식이 간이 맞지를 않아 도저히 먹을 수가 없노라고 실토를 한 것이었다.
그 말을 들은 소금장수가 정색(情色)을 하고 입을 열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말 입니다만, 이 세상에 소금이 없으면 우리가 어찌 한 끼 식사인들 제대로 먹을 수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 소금을 바닷가에서 날라다 내륙 깊숙이 이 고을, 저 고을, 공급해 주는 저 같은 소금 장수가 없다면 우리의 식 생활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기왕에 사돈 지간으로 소중한 인연을 맺은 사이니 소금장수라고 업신여기지 마시고, 설렁 우리 딸아이에게 허물이 있더라도 가르쳐 고쳐주시고, 귀엽게 봐주시면 그 은혜 있지 않겠습니다."
술잔을 만지작 거리며 말을 듣고 있던 바깥사돈...
벌떡 일어나더니 무릎을 꿇었습니다.
"사돈어른의 말씀은 과연 지당하시오. 내가 아무리 만석꾼 부자이고 양반이라 할지라도 소금이 없으면 한 끼의 식사라도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습니다.
그동안, 우리 부부의 생각이 짧아 며늘 아이를 고생시키고 사돈 두 분께 커다란 심려를 끼쳤으니, 그 죄가 실로 크다고 아니할 수 없겠습니다.
차후로는 그런 일이 절대 없을 테이니 너그럽게 용서해 주시요."
황급히 바깥사돈의 팔을 잡아 일으켜 자리에 앉힌, 소금장수는 아내에게 새로 음식에 간을 맞춰 내 오도록 이르고, 즐거운 마음으로 양 사돈은 주거니, 받거니, 술을 나누었다...
소금장수 부부의 지혜와 사돈 내외의 의연한 깨달음으로, 양반(兩班)과 상민(常民)의 깊었던 차별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그동안의, 큰 변화로, 사위와, 아들의 장원급제와, 그리고, 첫 손자라는 멋진 선물을 두 집안에 안겨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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