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퇴근길이었다. 아까부터 서너 걸음 뒤로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의 앞엔 어디선가 본 듯한 얼굴, 낯익은 모습의 초라한 행색의 한 중년 여인이 있었다. 누구지? 가물가물한 기억 속에서 잃어버린 시간 한 토막이 문득 스쳐 지나간다. 바로 친구 형용이의 부인이다. 그래 20여년 전 결혼식하고 서울 근처에 신접살림 냈다며 경기도 부천역 부근의 방 둘 짜리 300만 원 전셋집에서 친구들 불러 집들이했던 중학 동창 조형용의 부인이었다. 차린 건 많지 않았지만 정성이 묻어났고 우리는 그날 맥주와 소주를 벗삼아 옛 얘기하며 밤을 지새웠지. 그리고 그게 전부였나보다. 그 친구는 리비아의 아랍대수로 건설 공사 현장으로 떠났고, 무심한 우리들은 그 뒷..

. 애지중지 키웠던 자식들 다 떠나니 내 것이 아니었다! 꼬깃꼬깃 숨겨 놓은 옷장 속 지폐들 사용하지 않으니 내 것이 아니었다! 긴머리칼 빗어 넘긴며 미소 짓던 멋쟁이 그녀~ 늙으니 내 것이 아니었다! 나는 큰방 아내는 작은방 몸은 남이 되고 말만 섞는 아내도 내 것이 아니었다! 칠십인생 살아보니 내 것은 없고 빚만 남은 빚쟁이처럼 디기 서럽고 처량하다! 내 것이라곤 없으니 잃을 것도 숨길 것도 없다! 병없이 탈없이 살아도 길어야 십 년이다! 아 생각해보니 그나마 좋은 건 친구였다! 좋아서 손잡아 흔들어주고 웃고 말하며 시간을 잊게 해 주니~ 서로에게 좋은 말해주고 기운나게 하고 돌아서면 보고 싶고 그리운 사람 그는 친구였다! 친구야! 고맙다! 잘 묵꼬 잘 살거라 부디 아프지말..

. 십여 년 전 아들 결혼 식대 친구가 축의금으로 백만 원을 했다. 그때는 친구가 퍽도 고마워 콧등이 시려오는 감정을 겨우 눌렀다. 친구에게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살았다. 그런데 몇일 전 친구로부터 아들 결혼 청첩장을 받았다. 왠지 기쁜 마음보다 걱정이 앞섰다. 하루하루 살기에도 빠듯한 삶이기에 어떻게 축의금을 챙 길가 하는 걱정이 앞섰다. 아내와 상의를 한 결과 일수 돈을 내서라도 축의금을 해야한다고 했다. 축의금이란 축하로 주는 돈이기 이전에 상부 상조 한다는 뜻이란다. 일수 얻은 돈으로 후련한 마음으로 결혼식장에 갔다. 친구는 악수를 하면서 연신 와 줘서 고맙다고 했다. 바쁜 틈에도 안부까지 물어줬다. 정말 아내와 나는 일수돈을 얻어서라도 빚을 갚게 된 것이 참 잘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