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화이트 크리스마스 / 나태주 詩 크리스마스이브 눈 내리는 늦은 밤거리에 서서 집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는 늙은 아내를 생각한다 시시하다 그럴 테지만 밤늦도록 불을 켜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빵 가게에 들러 아내가 좋아하는 빵을 몇 가지 골라 사들고 서서 한사코 세워주지 않는 택시를 기다리며 20년 하고서도 6년 동안 함께 산 동지를 생각한다 아내는 그 동안 네 번 수술을 했고 나는 한 번 수술을 했다 그렇다, 아내는 네 번씩 깨진 항아리고 나는 한 번 깨진 항아리다 눈은 땅에 내리자마자 녹아 물이 되고 만다 목덜미에 내려 섬뜩섬뜩한 혓바닥을 들이밀기도 한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이브 늦은 밤거리에서 한번 깨진 항아리가 네 번 깨진 항아리를 생각하며 택시를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2) 크리스마스에 드..

. 1944 년 12월 이른바 발지 전투(Battle of Bulge)로 알려지던 서부전선 대회전 당시에 벨기에 국경 부근 독일 휘르트겐 숲 속 작은 오두막 집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아르덴서 살다가 연합군의 계속된 공습으로 인하여 이곳으로 피난온 열두살 먹은 프리츠 빈켄은 어머니와 함께 이곳 한적한 오두막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야포의 포격, 폭격기 편대의 비행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던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때였습니다. 비록 쉴 새 없이 포소리가 이어지는 전쟁터이기는 하였지만 민방위 대원으로 근무중인 아버지가 돌아오면 사랑하는 가족들이 함께 모여 조촐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할 수 있다는 기대에 빈켄은 들떠 있었습니다. 그때 느닷없이 오두막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습니다. 그러자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