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공주처럼 귀하게 자라서 부엌일을 거의 안 해본 여자가 결혼해서 처음으로 시아버지 밥상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오랜 시간을 걸려 만든 반찬은 그런대로 먹을 만한데, 문제는 밥이었습니다. “식사준비가 다 되었느냐?”는 시아버지의 말에 할 수 없이 밥 같지 않은 밥을 올리면서 죄송한 마음으로 며느리가 말했습니다. “아버님, 용서해 주세요.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것을 해왔습니다. 다음부터는 잘하겠습니다.” 혹독한 꾸지람을 받을 각오를 하고 있는 며느리에게 시아버지는 뜻밖에도 기쁜 얼굴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가야, 참 잘됐다. 실은 내가 몸살기가 있어서 죽도 먹기 싫고 밥도 먹기 싫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죽도 아니고 밥도 아닌 것을 해왔다니 정말 고맙구나.” ‘그동안 친정에서..

.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정성스레 모시고 살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시아버지가 장에 갔는데 날이 어두워지도록 돌아오지를 않았습니다. 며느리는 시아버지를 기다리다가 아기를 등에 업은 채 마중을 나갔습니다. 한 걸음 한 걸음 가다보니 어느새 고갯마루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느리는 저만치 불빛 두 개가 보이기에 시아버지이겠지 하고 가까이 다가갔다가 그만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호랑이가 술에 취한채 잠이든 사람을 막 해치려던 참이었는데 그 사람은 바로 시아버지였습니다. 호랑이가 시아버지를 덮치려는 순간 며느리는 있는 힘을 다해 "안돼"라고 소리치며 달려들어 시아버지를 끌어 안자 호랑이가 멈칫하며 동작을 멈추었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등에 업고 있던 아기를 내려놓으며 호랑이에게 사정을 ..

. 하루는 시어머니가 솥에 쌀을 안치고는 며느리에게 불을 때라고 이르고 잠시 밖으로 일을 보러 나갔다. 며느리는 아궁이 앞에 앉아 불장난까지 하면서 불을 때고 있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냄새가 났다. 깜짝 놀라 솥뚜껑을 열어 보니 밥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식구들의 한 끼니를 고스란히 망쳐 놓았으니 며느리는 그만 부엌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울었다. 그때 시어머니가 돌아왔는데, 며느리가 엉엉 울고 있으니 눈이 휘둥그래져서 물었다. “얘야, 무슨 일이냐?” 며느리는 차마 대답을 못하고 손으로 솥을 가리키며 계속 울었다. 시어머니는 솥뚜껑을 열어 보더니 별일 아니라는 듯 며느리를 다독였다. “괜찮다. 내가 늙어서 눈이 어둡다 보니 밥물을 잘못 안쳤구나.” 조금 뒤 아들이 들어오다가 이 광경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