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의 직업은 여행가이드입니다. 그 직업으로 세상을 떠돈 지 10년. 그는 젊어서부터 여행을 좋아했지만 그게 직업이 되고부턴 참 힘겨운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 취향이 제각각인 여행자가 열 명, 스무 명 모여서 일주일, 열흘씩 다니다 보면 그중엔 정말 잊을 수 없는 사람도 있고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파리투어를 할 때 일입니다. 비교적 젊은 커플들 사이에 칠순 노부부가 끼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시종 그 노부부의 동행을 불편해 하는 눈치였습니다. 일정에 차질을 줄게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으니까요. 더구나 할머니는 약간의 치매증세까지 있어 가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기도 하고 이동해야 할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

. 어느 노부부가 부부싸움을 했습니다. 화가 난 할머니는 그날부터 입을 닫고, 할아버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때가 되면 밥상을 차려놓고, 한쪽에 앉아 말없이 TV만 보고 계셨습니다. 그러다가 식사를 마칠 때쯤이면 또 말없이 숭늉을 떠다 놓았습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와 밥상을 사이에 두고 마주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때가 그리웠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머니의 말문을 열게 할지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잠시 뒤 할머니가 마른빨래를 정돈해서 옷장 안에 넣고 있었고, 말없이 바라보던 할아버지는 할머니가 옷장 문을 닫고 나가자 옷장 문을 열고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저기 뒤지며 부산을 떨던 할아버지는 옷장 속에 있던 옷들을 하나둘씩 꺼내놓기 시작했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