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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여행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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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직업은 여행가이드입니다.
그 직업으로 세상을 떠돈 지 10년. 그는 젊어서부터 여행을 좋아했지만 그게 직업이 되고부턴 참 힘겨운 일이 많았습니다.
특히 취향이 제각각인 여행자가 열 명, 스무 명 모여서 일주일, 열흘씩 다니다 보면 그중엔 정말 잊을 수 없는 사람도 있고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게 마련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파리투어를 할 때 일입니다.
비교적 젊은 커플들 사이에 칠순 노부부가 끼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시종 그 노부부의 동행을 불편해 하는 눈치였습니다.
일정에 차질을 줄게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으니까요.
더구나 할머니는 약간의 치매증세까지 있어 가끔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기도 하고 이동해야 할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애를 태우기도 했습니다.
“아유, 왜 저러신대 쯧………….”
길건너에서 여자들이 불평을 늘어놓았습니다.
“에이, 일정 좀 꼬이게 생겼군."
일행의 불만은 점점 커져 갔고 할아버지는 젊은 동행들에게 미안해서 몸 둘 바를 몰랐습니다.
한바탕 소통을 겪고 난 날 저녁, 할아버지는 일행을 한 노천카페로 초대했습니다.
귀찮은 반 호기심 반으로 공짜 커피나 마시자고 모여든 일행 앞에 할아버지는 정중히 고개를 숙있습니다.
"사실은 제가 젊었을 때 집사람에게 약속한 게 있습니다. 우리가 일흔살이 되는 해파리에 꼭 가보게 해 주겠다고 말이죠."
젊은 시절 파리유학을 꿈꾸던 재원이었다는 할머니.
가난한 고학생이었던 할아버지는 그런 할머니를 너무도 사랑해 차마 떠나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못난 남편 만나 고생고생 살았는데 오붓하게 지낼 만하니까 덜컥 병이 들더군요."
할아버지는 말하다 말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오늘이 집사람 생일인데……."
할아버지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사연을 듣고 있던 커플들은 젖은 눈으로 노부부의 아름다운 여행을, 그리고 할머니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습니다.
황혼의 파리여행은 장밋빛 미래를 기꺼이 접고 반려자가 돼 준 할머니에게 할아버지가 주는 생애 최고의 선물이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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