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깊어가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퇴근길의 남편이 불쑥 노란 국화다발을 내밀었습니다. "웬 꽃 이래? 생일도 아닌데." "당신한테 주는 가을편지야."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나는 가슴이 콩닥거렸습니다. 아무 이름도 붙지 않은 날 꽃을 선물한 건 난생처음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꽃병에 꽃을 꽂아두자 남편도 흐뭇해했습니다. "그렇게 좋아? 이거 단돈 천 원으로 아내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는 걸 몰랐는걸?" 다음날 퇴근길에 남편은 또 꽃을 내밀었습니다. 문제는 그 후에 생겼습니다. 다음 날도, 그 다음 날도 퇴근하는 남편의 손엔 국화다발이 들려 있었습니다. 집안이 온통 꽃밭으로 변했고 꽃을 둘 마땅한 장소를 찾는데 점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됐습니다. 물병에 담아 신발장에 국화꽃..
세상의 따뜻한이야기
2023. 3. 8.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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