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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빠와 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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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어린 시절 아토피가 심했다고 하더군요.
하나뿐인 딸을 걱정하던 엄마는 건강 음식, 웰빙 마니아가 되셨고, 엄마의 엄명으로 우리 집은 인스턴트 음식이 금지되어 버렸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아주 건강해서 아무거나 잘 먹지만 엄마는 아직도 음식에 예민하십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건 아빠가 라면을 아주 좋아한다는 것입니다.
어느 날 엄마가 친구들과 모임이 있어 조금 늦어진다는 소식에 아빠는 후다닥 슈퍼에 가서 라면 2개를 사 오셨습니다.
"아빠. 엄마가 알면 난리 날 텐데."
"괜찮아. 안 걸리면 될 거야!"
그리고 아빠의 눈물겨운 고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작은 버너와 냄비를 준비하고, 냄새로 들킬까 싶어 추운 베란다에 쭈그려 앉아 엄마가 안 계시는 시간을 이용하여 라면을 끓여 먹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라면을 끓여 드시고 엄마 몰래 설거지까지 마친 아빠는 저를 향해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척 내밀며 마치 전쟁터에서 이겨 돌아오는 장수의 표정을 짓는 것이었습니다.
저희 아빠 너무 귀여우시죠?
근데 아빠.
사실 엄마는 아빠 라면 먹는 거 다 알고 있었답니다.
베란다에서 그러는 게 너무 애처로워서 이번 한 번만 봐준 거라네요.
< 옮겨온 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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