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희가 여중생일 때였습니다. 아파트 단지에 오후가 되면 어김없이 폐지 줍는 할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하교하는 시간과 할아버지가 힘겹게 리어카를 끌고 나타나는 시간이 비슷해서 진희는 종종 할아버지와 마주쳤습니다. 요즘 아파트들은 분리수거하는 날이 따로 정해져 있고 보안 업체 직원들이 관리하지만 그때는 헌 옷이며 내다 버린 종이가 많았습니다. 한여름 서 있기조차 힘든 폭염에도 할아버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폐지를 모았습니다. 어느 날, 할아버지가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슈퍼마켓에서 파는 빵 봉지를 뜯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는 이가 좋지 않은지 빵을 구겨 넣듯 입에 넣고 몇 번 우물우물하다 어렵게 삼키곤 했습니다. 진희는 음료수라도 건네고 싶었지만 망설여졌습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세상의 따뜻한이야기
2023. 2. 26.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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