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섣달그믐도 며칠 남지 않은 어느 추운 날, '맑은 물 목욕탕'의 유리문을 열고 80살쯤 된 할머니를 업은 중년의 아주머니가 들어왔다. "저런 착한 며느리가 없지. 아니, 며느리가 아니고 딸인가?" 벌써 여러 번 보아 온 광경이지만 주인은 그때마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숱이 없는 엉성한 은빛 머리칼, 앙상하게 드러난 갈비뼈, 할머니는 몹시 쇠잔해 보였다.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은 중년 여인은 샤워기를 틀어 노인의 몸을 구석구석 깨끗이 씻겼다. 조심조심 머리를 감기고 입안에 손가락을 넣어 양치질까지 해주더니 밖으로 나와 옷을 입히고 편안히 바닥에 눕혀 주었다. 그리고 다시 욕탕 안으로 들어와 샤워를 하자 옆에 있던 여자가 아는 체를 했다. 여인이 목욕을 하는 둥 마는 둥하고 금세 ..
세상의 따뜻한이야기
2023. 1. 11.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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